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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관련

조명 and 공연후기 : 인천대 파이오니아

대학생 대관을 많이 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많이있다. 목소리가 유난히 특이하다던가 기타톤이 너무 좋다던가 무대 퍼포먼스가 재미있다던가 등등... 5년, 10년 뒤에 저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하고 참 궁금한 학생들이다.

 

인천대 파이오니아는 이전에 인천대 크레퍼스와 연합공연으로 공공일에서 대관한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인천대 크레퍼스만 프리미엄 영상을 신청해서 인천대 파이오니아의 이전 영상은 남지 않았는데 당시 기타를 너무 잘쳤던 학생한명이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 나는 기타를 전혀 다룰 줄 모르기에 누군가 기타를 잘친다고 말하는게 쉽지않아 아직까지 누군가 "기타톤이 좋다"라는 소리는 많이 했어도 "기타를 잘친다"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학생은 확실히 기타를 잘친다. 테크닉적으로 뿐만아니라 듣는 이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 이걸 뭐라 부르지... feel이 충만하다고나 할까... 유튜브로 지미헨드릭스의 연주를 보면 테크닉적으로 기타도 잘치지만 사람의 감정을 복받치게 하는 거 말이다. (내가 너무 오버하나??)

 

이 학생과 함께 밴드 파수꾼에서 베이스였던 학생이 한 팀을 이루어서 인천대 파이오니아 공연의 오프닝을 맡았다. 파수꾼 베이스 학생은 대관 몇주 전에 내게 전화해서 빔프로젝트로 무대에 비추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고 가능하냐고 물었었는데 나 역시 빔프로젝트 무대 맴핑에 관심이 이전부터 있던 터라 흔쾌히 OK하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게 있을까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지를 물었다. 프로그램은 프로세싱이라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쓰고 악기의 사운드(공연 당시 보니 드럼의 킥을 프로그램의 입력소스로 쓰는것 같았다.)를 입력받아 프로세싱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사운드 입력에 맞춰 움직이는 이미지를 생성해 빔프로젝트로 쏘아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단순히 동그란 원이 드럼킥에 맞춰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단순한 효과 였지만 이걸 보면서 수 많은 일들과 감정이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led moving과 led par 뿐이였던 공공일 조명에 led bar를 만들어 추가하기 위해 2년에 걸쳐 led 관련 페이스북 그룹과 인터넷에서 수 많은 글들을 읽고 시도하며 격고 느꼈던 감정 말이다. 모든 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직접 한땀 한땀 납땜질해서 led bar를 만들고 led controller를 구입해 PCB 박스에 인스톨한 뒤에 Resolume Arena와 연동해서 시도했을때 격었던 수 많은 에러와 실패들... 그리고 비로소 led bar를 2년만에 처음 작동시켰을때의 감정이 아마도 저 학생이 저 원을 보며 느꼈을 감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뭐든지 처음은 미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 작을 지언정 새로운 시도를 완성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무엇이든 하나를 스스로 완성시켰다면 그 단단한 기반위로 계속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공공일이 그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led moving과  led par 그리고 led bar로 컨트롤하는 공공일 조명은 거의 완숙기(?)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조명 프로그래밍 작업량이 많을때는 가끔씩 반복적인 루틴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훌륭한 연주자들과 새로운 퍼포먼스의 조합으로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줬던 정말 멋진공연이였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 저 두 학생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