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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관련

조명 and 공연후기 : 동서울대 로거스

어머니 오피스텔 에어컨 설치문제 때문에 출근이 늦었다. 벽걸이 에어컨 수리비가 40만원이나 된다고 해서 새로 구입했는데 설치할때 보니 에어컨 고장이 아니고 배관이 막혔을 뿐이였다. 더 문제는 배관이 막혀서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이것때문에 설치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에어컨 설치를 취소하고 설치비랑 배송비 9만원만 날리고 가게에 도착하니 한참 리허설 중이다.

 

엥? 뭐지? 이런 노래는 없었는데? 뭔가 혈란하고 화려한 이런건 없었는데 뭐야?

 

조금 시간이 지나보니 터치드의 Alive 였다. Alive에 이런 연주가 없었는데 이곡 리허설 끝나고 연주자 학생에게 자체편곡한거냐고 물어보니 편곡은 아니고 인터넷에서 Alive 라이브로 검색하면 나오는 곡이란다.

 

 

나같은 경우 모든 노래를 큐리스트로 저장하기때문에 리허설때 수정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수정하는 편인데 이 곡은 인트로가 너무 복잡하고 길어서 이걸 추가 프로그래밍해야하나 아니면 버스킹으로 넘겨야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런데 뒷곡 리허설을 들어보니 추가 프로그래밍 하는게 맞아보였다. 세션 연주랑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내가 조금 편하기엔 나중에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큐리스트는 위의 곡으로 만들었는데 라이브랑은 인트로만 빼면 거의 비슷해서 리허설 남는 시간에 인트로 추가 프로그래밍을 했다. 이렇게 기존 큐리스트에 인트로를 추가한 경우가 몇번 있기는 했는데 (모두 쏜애플곡) 이번 인트로는 이전 경우보다 많이 화려하고 길어 시간이 좀 걸렸다. 특히나 처음 빵 터지는 부분이 4번 나오는데 공공일은  Fly-out할 만한 빔 종류가 하나밖에 없어서 라이브 영상처럼은 못하고 그냥 분위기 살리는데 2종류의 Blinkx3 색변환을 사용했다. 마지막에는 빔도 추가하고... 그리고 영상을 보면 잠시 후에 암전 후 보컬의 "I am still alive" 멘트가 나오는데 리허설때는 내가 못들어서서 멘트를 이런식으로 하냐고 물어보았는데 "We are still a live" 라고 5번 끊어서 한다고 했다. 시간이 많으면 이부분도 큐리스트에 포함하면 좋은데 (큐리스트에 저장하면 타이밍 맞추기가 훨씬 더 수월하다.)  시간이 촉박해서 매크로 키보드 버스킹(Pin Red > iBlue > iRed > iWh > Pin Black)으로 5부분을 처리하기로 했다. 인트로 이후로는 동일하기에 Alive 추가 프로그래밍을 마무리했다. 이후 리허설이 진행함에 따라 계속해서 내 머리속에서는 한번 더 alive 인트로만이라도 확인했으면 했는데 결국 말을 못해 실제 본공연때 정확하게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짧게 준비한것 치고 본공연 조명이 나쁘지 않았는데 좀 당황스러웠던것은 신디 소리가 원곡 라이브 소리와는 너무 달라서 led bar 효과(led bar 이펙트 자체도 뭐 그리 썩 멋있는건 아니지만...)가 너무 허색했다. 키보디스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신디 소리자체가 세련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요즘들어 드는 생각인데 멋진 신디사운드를 가진 밴드는 그렇지 못한 밴드와는 한차원 다른 밴드로 느껴진다. 기타의 경우 같은 이펙터라도 셋팅에 따라서 원곡과 사운드 차이가 많이 나는거 같은데 신디의 경우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 거의 비슷한 소리가 나니 실제 원작자 밴드가 직접 공연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기 때문인거 같다. 그리고 암전 후 "We are still alive"도 초집중해서 넣는다고 했는데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아보인다.

 

얼마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된 기사인데 미국밴드 Phish의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 Chris Kuroda 말이 정말 와 닿는 순간이였다.

 

“I can’t wait to hear something before I execute the lighting cue,” Kuroda said.
“I need to execute the lighting cue anticipating what’s going to happen.”

 

나 역시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조명 오퍼를 할때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큐를 실행하면 미묘하게 늦다. 내 경우 유튜브 영상을 기준으로 사전 프로그래밍하고 리허설때 한번 맞춰보면서 수정할건 수정한 뒤 본 공연 오퍼를 진행하는데 거의 대부분 리허설들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부분 부분 맞출것만 잠깐 잠깐 진행하기 때문에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큐리스트를 완벽히 점검해 정확한 타이밍을 익히는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본 공연때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의식적으로 "듣고" 큐를 실행한다. 하지만 이러면 뭔가 미묘하게 타이밍이 늦어보여 조명이 성에 안찬다. 뭐 쏜애플 곡처럼 수백번 했던 곡들은 듣지 않고 "미리 나올 구간"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처음 하는 곡을 정확한 타이밍 맞춘다고 미리 짐작으로 큐를 실행하면 더 망할 수 있기때문에 어느 정도 듣고 큐를 실행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서울대 로거스의 Alive는 꽤 성공적(?)이다. 세션 연주가 좋아서 그런지 뭔가 불안감 없지 듣지않고 "미리" 큐를 실행할 수 있었고 많은 부분에서 잘 맞아 들어갔다.

 

 

너드커넥션의 할리우드 무비스타 이 노래도 타이밍 맞추는게 쉽지않은 곡인데 연주자들의 실력을 믿고 "듣지 않고" 미리 큐를 실행해 조명이 잘 나왔다. 

 

 

최예근밴드의 어른 곡도 타이밍 맞출때 항상 주저하는 곡이였는데 이날은 주저함이 없었다. 로거스 세션을 믿고(?) 미리 큐를 날렸는데 정확하게 잘 맞아들어갔다. 아마도 공공일에서 연주한 최예근밴드의 어른 곡들 중에서 로거스팀 조명이 가장 완벽하지 않나한다.

 

연주자 실력이 출중한데 내 조명이 후져서 내가 민망했던 적이 꽤 된거 같다. 간만에 리허설 도착 순간 민망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는데 다행히 리허설때 준비를 잘해서 후회없는 공연이 된거 같다. 이날 조명이 이렇게 잘 나온건  아마도 동서울대 로거스 동아리분들의 실력이 정말 훌륭해서 그런거 같다. 조명이 아무리 좋아도 연주자들의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분위기가 어색한 경우가 많고 그에 반해 연주자들의 실력이 출중하면 그냥 단순 조명만으로도 조명이 너무 멋진 경우가 많은데 로거스 동아리의 훌륭한 공연이 내 조명을 평소보다 더 멋지게 만든거 같다. 이날 로거스팀 보컬분들 모두 너무 잘하시고 드럼이나 기타, 베이스, 건반 모두 너무 잘 들렸다. 무엇보다도 전 세션이 오래동안 준비한 공연인걸 느낄 수 있었고 또 공연을 하면서 개별 연주자들과 보컬분들의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한차원 다른 동아리임도 느꼈다. 나 역시도 열심히 조명 준비한 아주 보람이 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