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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관련

조명 and 공연후기 : 홍익대 블랙테트라(오현성과 지갑들)

홍대 중앙 동아리 블랙테트라는 공공일클럽이 합정동에서 서교동으로 이사왔을때 대학생 대관 붐(?)을 일으켜준 정말 고마운 동아리다. 나름 홍대 중앙 동아리라는 자부심때문인지는 몰라도 매 기수마다 톡톡튀는 끼 있고 실력있는 친구들이 많은 동아리다. 이 친구들이 오래간만에 정말 특이한 방식으로 3일 연속 대관 예약했다. 매년 3월 초 입학시즌에는 홍익대 동아리들이 신입생 모집겸 공공일에서 대관을 많이 하긴했었는데 이렇게 한 동아리가 주축이 되어 여러동아리와 함께 3일 연속 공연을 기획한 것은 처음이였다. 그러고 보니 올해 3월 2째주는 홍익대 동아리 대관만 5일이다. 

 

여러동아리가 한꺼번에 공연을 하기때문에 평소보다 관객동원이 많을것으로 예상되어 공연 진행에 조금 걱정이됐다. 공공일이 홍대와는 담벼락 하나를 두고 위치해 있어서 홍대 동아리 대관은 관객동원이 항상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주최측에서 관객 수 조절을 하는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관객이 너무 많았을 경우 현장예매를 중지했을라나??

어제는 파워풀한 Rocking 블랙테트라였는데 

 

오늘은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준비한 블랙테트라(오현성과 지갑들)였다. 복장도 실험적인 음악에 맞춰서 실험실복을 입은것 같다.

 

 

오현성과 지갑들 팀의 셋리스트 중에 눈에 띄는게 Radiohead의 The National Anthem 곡인데 이곡을 사전 조명프로그래밍 하면서 이곡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어 낼까 무척 궁금했다... 라기 보다는 사실 기대를 안했다. 나도 처음 들은 곡인 이곡은 들어보면 알겠지만 대학생이 만들어 내기 힘든 사운드라... 

 

 

그런데 리허설때 들어보니 본인들 스타일대로 자신감 넘치게 사운드를 너무 잘만들어서 쓰는 장비가 어떤건지 궁금해 리허설 끝나고 무대에 올라가 처음으로 밴드 장비사진도 찍어 봤다.

 

 

몽환적이면서 음울한 기계음의 The National Anthem을 조명프로그래밍하는데 있어 메인 컬러는 그린과 오렌지를 베이스로 했다. 그린은 좀 처럼 잘 쓰지 않는 색인데 재미있거나 특이한 노래에 가끔 쓰면 좋은 느낌을 받기에 이곡에도 써보았고 특이한 사운드에서 들어갈 효과 몇개를 추가했다. 그런데 실제 공연에서는 곡 전환부분을 내가 놓치는 바람에 준비한 조명 효과를 넣지 못해 좀 단순한 조명연출이 계속 되어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정말... 가끔 연주자들의 공연 수준을 조명연출이 받쳐주질 못한다고 스스로 자책할때가 있는데 이날도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정말 멋진 연주를 보여줬다.

 

또 The National Anthem 곡에서 들리는 독특하지만 전혀 위화감 없는 기계음과 여러 장비에 케이블을 꽂는 연주자의 모습에 Nine Inch Nails의 Trent Reznor가 생각이 났다. Trent Reznor는 음악도 특이하지만 공연 조명도 직접 참여하는 걸로 유명한데 그 조명의 수준이 정말 그의 음악수준과 같이 넘사벽이다. Nine Inch Nails의 90년대 음악을 들어보면 지금도 한참 앞선 음악같은 느낌인데 Nine Inch Nails의 2013년 콘서트 조명수준 당시 조명 수준보다 몇년을 앞선 기술이 보인다. 이렇게 Nine Inch Nails의 공연조명이 2013년만 유난히 좋은 이유는 그당시 Nine Inch Nails 조명 디자이너가 LeRoy Bennett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Rammstein의 Du Hast 파리공연 조명디자이너로도 참여한걸로 짐작하고 있는데 이사람의 홈페이지(https://www.leroybennett.com/his-resume/)에 들어가보면 전세계의 탑 가수들 무대 조명 디자인을 맡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난히 2013년 Fuji Rock Festival의 공연 조명이 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콘서트 하나에 완전히 다른분위기의 조명 포멧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다른 조명 디자이너 였으면 4,5개 정도의 콘서트를 진행할만한 조명 포멧을 하나의 콘서트에 모두 쳐박고 또 그 안의 세세한 조명 움직임등도 너무 디테일 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Nine Inch Nails 2013년도 Fuji Rock Festival 공연과 Rammstein의 2012년 Paris 공연을 나의 인생 조명연출 Top 3에 넣고 있다.  공연조명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 위의 두 영상을 유심히 봤으면 좋겠다. 10년이 지난 영상들이지만 지금도 쉽게 따라하기 힘든 정말 세련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홍익대 동아리의 3일 연속 대관이라는 의미에서 뿐만아니라 공연수준으로도 락페스티벌에 온것 같은 흥분이 넘치는 공연이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대학생들 노래, 연주 잘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그들 중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어떤것을 가지고 도전하는 학생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그것이 노래든 악기든 장비든 사운드든 공연기획이든... 조그마한 공공일에서 오랜 시간동안 더 나은 조명을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나의 모습이 보여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무엇이든간에 새로운 도전의 완성은 이전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번 블랙테트라 팀(오현성과 지갑들)의 공연에서도 그 많은 시간들의 수고가 내 눈에 보이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