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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관련

조명 and 공연후기 : 경기대 소울음

대학 밴드 대관공연을 많이 치루다 보니 어느 대학교 무슨 밴드 동아리가 제일 잘하는 동아리일까? 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이 동아리는 연주를 너무 잘하고 저 동아리는 흥이 넘쳐서 너무 멋있고 요 동아리는 실력이 부쩍 부쩍 느는게 참 대견하고...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밴드 동아리가 너무 많아서 섣불리 어느 동아리가 잘하는지 선택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각 밴드동아리의 실력도 기수별로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그 동아리가 1,2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정말 잘하는 밴드 동아리는 기수별로 실력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동아리가 정말 잘하는 동아리같다. 연세대 울림터나 홍익대 블랙테트라 외 여러 밴드동아리가 그렇지만 경기대 소울음도 이런 케이스다. 매년 볼때마다 신입생들이 평균이상으로 참 잘하는 거 같다. 

 

 

경기대 소울음이 기억에 남기 시작한게 위 영상의 보컬때부터인데 음색깡패에 노래도 엄청 잘하시고 세션분들도 합이 너무 잘맞아서 매번 이 학생들 볼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저 학생들 졸업하면 경기대 소울음 어떻게 될려나.... 앞서도 말했지만 대학 밴드동아리는 1,2년만 지나도 멤버가 거의 다 바뀌는 수준이라 동아리가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위 영상의 보컬분은 RECHORD라는 기획공연으로 공공일을 여러번 더 찾아주셨지만 경기대 소울음 정기공연은 정말 오래간만에 하는거 같다. (찾아보니 1년 6개월만이네.)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온 소울음이지만 선배들 실력을 익히 알고 있어서 조명프로그래밍 준비에 좀 더 신경을 썼다. 그 중 유다빈밴드의 마침표는 간단히 Macro Mapped Cuelist 방식으로 짤 수 있었지만 곡 마지막 파트에서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거 같아 일반적인 큐리스트 방식으로 다시 프로그래밍을 했다. 보통 유다빈밴드의 마침표 같은 조용한 노래는 일반적인 큐리스트를 이용하지 않고 내가 개발한 Macro Mapped Cuelist를 사용한다. Macro Maped Cuelist는 매크로를 이용해서 컬러와 이펙트, 속도등을 불러와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큐리스트를 사용할때보다 1/10정도의 시간밖에 안들 정도로 정말 효율적이다. 대신 버스킹 오퍼가 100%이기에 일반적인 큐리스트를 사용할때 만큼의 정확한 타이밍과 분위기를 낼 수는 없어 주로 조용한 노래들만 쓰고 있다. 

 

Macro Mapped Cuelist

그런데 가끔 조용한 노래일지라도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한 노래들이 있다. 유다빈밴드의 마침표도 그런 경우로 초중반까지 꾹꾹 눌러놓은 감정을 마지막에 폭발시키려면 정확히 그 한타임을 맞춰 조명셋을 작동시켜야 한다. 위 영상에서보면 3:35 부터 시작되는 "아~ 아~" 이후 터지는 그 한 타이밍... 그걸 맞추기 위해 Macro Mapped Cuelist는 쓰지 않고 일반적인 큐리스트를 사용했다. 

 

결과는 내 예상 이상이였다. 조명이 멋있게 나와서 기쁘다기 보다는 감동적인 공연에 나의 조명이 더 해져서 훨씬 더 빛난 공연이 된거 같아 너무 기뻤다. 노래 듣는 내내 닭살 돋을 정도로 보컬분이 너무 잘 부르셨고 세션분들도 모두들 본인 파트에 빠져드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간단한 큐리스트였지만 평소보다 긴 시간을 조명 테스트한 보람이 있는 곡이였다. 조명일을 하면 할 수록 공연조명은 공연 연주보다 튀지 않고 공연자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공연자들이 주는 감동을 좀 더 크게 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유다빈밴드의 마침표 조명큐리스트

조명프로그래밍 시작할때부터 화려하고 현란하며 타이밍이 딱딱 드러맞는 메탈 조명프로그래밍을 좋아했다. 뭔가 화려하고 테크니컬한 내 조명 스킬을 뽑낼 수 있어서 그런거 같다. 하지만 나이를 점점 먹어서 일까? 요즘엔 유다빈밴드의 마침표처럼 절제된 감정에서 감동을 폭발하게 해주는 조명프로그래밍을 더 좋아하는거 같다. 공연 후에도 여운이 계속 남고...

 

그리고 재미있는건 위 영상 3:47 에 터지는 부분에서 음향감독과 어떠한 사전약속도 없었는데 타이밍 정확하게 리버브를 넣어줬다는 것이다. 보통 쏜애플곡처럼 수십번 넘게 한곡들은 말안해도 타이밍 맞게 리버브가 잘 들어가는데 이 노래는 공공일에서 처음하는 곡이라 리버브 예상을 전혀못했다. (그래도 10년을 넘게 손발을 맞혀왔는데 말안해도 잘들어 맞는게 맞는건가 ㅎㅎㅎ)

 

조명, 음향, 노래, 연주 4박자가 모두 정확히 맞아들어간 순간이였기 때문일까? 이 영상을 계속 돌려보는데 볼때마다 닭살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