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곡 이상을 6년 넘게 조명프로그래밍을 해보니 이미 프로그래밍 된 노래가 아니더라 한번 들어보면 이미 내가 만들어 놓은 조건들에 거의 99% 이상 들어온다. 그 만큼 조명 프로그래밍을 할때마다 매너리즘에 빠진것도 없지않다. 조명 프로그래밍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지만 뭔가 새로운 영감이 없어 심심하다고나 할까?
홍익대 소리얼은 홍익대 중앙동아리로 공공일에서도 여러번 대관공연을 진행했던지라 익히 실력을 잘알고 있었다. 이번 셋리스트를 봐도 확실히 달랐다. 그 중 눈에 띄는게 안예은의 창귀라는 노래였다. 그리고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때 정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살벌하고 공포스런 노래를 안예은이?? 이런 스타일은 공공일에서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는데 잘될까??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일단 노래가 너무 독특하고 멋져서 수없이 반복해 들었다. 그리고 가사내용이 궁금해 구글링을 해보니 창귀를 작곡 작사한 안예은씨가 직접 창귀를 설명한 영상을 발견했다.
위 영상을 요약하자면 조선시대에는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그렇게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영혼(창귀)이 좋은 곳으로 가려면 다른 사람들을 꾀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이 설명없이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땐 노래 자체가 살벌하고 마냥 멋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들으니 공포감이 한층 더하고(주로 새벽에 방불을 꺼놓고 조명 프로그래밍함) 단어 하나 하나에 정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런 노래를 공공일 조명으로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무빙 8대, 빔 2대, Led Par 8대, Led Bar 10대....
요즘 대세인 LED 판넬이라도 있으면 좀 더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건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오바고 그냥 있는것으로 시작해봤다. 먼저 음산한 분위기를 위해 파란 빛에 최대한 빛을 줄이기로 하고 창귀나 호랑이가 말하는 부분은 Led Bar로 붉은 눈 모양을 만들어 표현해보기로 했다. 이때까지 나는 Led Bar를 100% 통으로 chase를 만들거나 playback으로 사용했었는데 개별 픽셀을 조작해서 귀신의 눈을 만든건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간만에 프로그래밍하는데 불이 붙었었다. 그 뒤로는 기존 패턴들을 이용했고 목탁소리에 Led Bar 랜덤 이펙트를 넣고 각각의 트랜지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딱 이한곡 조명 프로그래밍 하는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렸다. 지금 보면 별거 없는데 Leb Bar 개별픽셀 조작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서 이 정도 걸린거 같다.
참고로 창귀를 연주한 소리얼 젠틀서퍼팀이 부른 다른 노래 피아의 자오선에서도 LED Bar의 일부분만 사용하는 효과를 사용했었는데 이런식으로 LED Bar를 부분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이날 내 조명프로그래밍 스타일에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본 공연때 창귀를 연주한 소리얼 젠틀서퍼팀에게 응얼찬 박수를 보내는데... 이유는 첫번째로 연주가 훌륭하고 (아무리 조명이 좋아도 연주가 엉망이면 무슨 소용...) 두번째로 보컬분의 실력이 출중했으며 (그래도 밴드의 중심은 보컬 아닌가??) 세번째로 대학생으로서 이게 정말 힘든건데 의상 및 소품이 완벽했다는 것이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왼쪽맨 구석의 여자 보조보컬분께서 모두 준비하셨다고... 참고로 해당 여자분이 보컬로 부른 새소년의 Joker도 분위기가 장난아니였음.)
정말 많은 대학생 대관공연을 진행해봤지만 이 날의 창귀는 영원히 잊지 못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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