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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관련

Avolites Titan One 6개월 사용후기

이글은 원래 2017년 3월 17일자 네이버 블로그 글이였고 붉은색 글은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추가한 글이다.


7개월 전 까지 공공일 조명콘솔로 Avolites사의 Pearl Tiger를 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제 카피제품을 250만원 정도 주고 구입해 썼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Pearl Tiger 메뉴얼 다운받아서 간단한 메모리랑 Chase정도만 프로그래밍 해서 사용했었는데 아무것도 모를때라 그랬는지 메모리 몇개로 만으로도 조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정도면 홍대 클럽 조명에선 탑수준이야' 뭐 이런생각을??!! 이런 생각을 할만한게 조그마한 홍대 클럽이였지만 대관손님들에게 미리 대관큐시트를 요구해서 공연당일 리허설때 각 노래별로 color chaser 속도나 fade 정도를 기록하고 싸이키 유무도 체크하면서 가능하면 각 노래에 맞는 조명을 연출하려 부단히 노력했던게 큰 이유인거 같다. 가끔 유튜브로 그 당시 공연영상을 보면 너무 조잡한 조명에 얼굴이 붉혀지지만 그래도 어쩐일인지 당시 대부분의 고객분들이 공공일 조명을 좋아해주셨고 다른 클럽에 비해 조명이 이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런지 어깨에 뽕이 많이 찼었던거 같다. 한편으로 홍대 공연장 조명 상태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조명 테크닉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도 항상 3개월 전 조명영상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Pearl Tiger 메뉴얼을 보고 배운걸 하나씩 적용해가면서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을까?? 그 넘치는 자신감으로 미디 건반과 Pearl Tiger를 연결해본다고 Avolites Forum까지 기웃거리게 되면서 그곳에서 classic console은 버리고 새로운 Titan을 사용해보라는 글들을 계속해서 보게 되었다. 이때 Titan One이라는 저렴한 USB 동글을 이용하면 수천만원짜리 조명콘솔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게되었고 그 당시는 조명 프로그래밍에 한참 흠취한 터라 바로 직구해서 사용해봤는데 완전 물건이였다. 제일 처음 "우와!!!"하며 놀랐던건 이전 Pearl Tiger에서는 퀵파렛트를 사용하려면 버튼을 최소 2-3번을 눌러야 했었는데 Titan one은 마우스 클릭한번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였다. 버스킹(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조명연출을 하는것을 말함) 아닌 버스킹을하는 입장에선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순간 순간 빠르게 변하는 연주에 타이밍 맞는 조명을 플레이하려면 손가락이 정말 빨라야한다. 생각해보자 0.5초 뒤에 타이밍 맞게 조명색을 바꾸는데 버튼 3개를 차례로 누르는것과 마우스 클릭 1번하는것 중 과연 어떤것이 더 빠를까? 그리고 또 이런것들이 한번이 아니라 세 네번 계속해서 반복된다고 생각해봐라.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이전 Pearl Tiger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 정말 많았다.

 

몇가지 큰 차이점 써보자면...

- PC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조명콘솔이라 저장할 수 있는 palette, playback 갯수가 Pear Tiger 때와는 상대가 안된다. 거의 무제한이라고 보면되고 원터치로 즉시 작동시킬 수 있는 메모리, chase를 한 화면에 수십, 수백개 배치 할 수 있다. Pearl Tiger의 경우 바로 한 동작으로 즉시 작동시킬 수 있는 메모리는 fader 10개가 최대이고 파렛트는 30개뿐이다. 더 많은 메모리를 실행 하려면 롤을 돌리거나 페이더를 내렸다가 올리는 등과 같은 두세동작을 거쳐야하는데가 Titan One을 사용하면 한 화면에 수십 수백개의 버튼(메모리)를 보기좋게 배열하고 마우스 클릭한번으로 원하는 조명 메모리를 작동 시킬 수 있는것이다. 즉 빠른 조작이 가능해져서 좀 더 정확한 타이밍에 조명 효과를 넣을 수 있게 된것이다. 

- Capture라는 3D 비쥬얼라이져를 통해 집에서도 조명 프로그래밍을 사실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집에서 작업한 내용을 공공일 PC에 복사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Pearl Tiger서도 Visualizer라는 2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고 Pearl Simulator 2004를 이용해 집에서 조명 프로그래밍한 내용을 공공일 Pearl Tiger에 옮길 수 있었지만 그 작업이 매우 까다롭고 복사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걸려서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Titan One은 그냥 집에서 작업한 show파일(조명프로그래밍 작업한 파일)을 웹하드나 이메일로 전송 후 클럽에서 다운받아 Titan 프로그램 Show폴더에 복사한뒤 Titan 프로그램에서 불러오면 끝이다. 너무 간단하다.

- Macro 기능으로 복잡한 키작업을 순식간에 끝내버린다. 이 Macro 기능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노가다 좀 해야한다. 예를 들어보자 여러가지 색깔을 이용해서 50개의 메모리를 저장했다고 하자. 그런데 어쩔때는 이 메모리 색깔이 5초 뒤에 변했으면 좋겠고 어쩔때는 버튼을 누르자 마자 변했으면 좋겠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각 메모리의 변하는 시간(Fade Time)을 5초 아니면 0초로 바꾸면 된다. 아니면 100개의 메모리를 만들어서 50개는 5초짜리 50개는 0초짜리를 만들어서 5초 0초 변경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Fade Time 수정시간이 없는 이 방법이 정확한 조명타이밍을 위해서 이상적이다.) 하지만 5초, 0초만 있나?? 수많은 노래들 조명프로그래밍하다보면 10초도 있고 3초도 1초도 0.5초도 필요하다. 그럼 그때마다 마우스클릭 후 키보드로 Fade Time을 입력한 뒤에 조명 플레이를 한다면 타이밍이... 어떨까?? 아님 입력시간을 없애기 위해 각 시간별로 50개씩 더 만들까?? (몇개를 더 만들어야 하나...) 하지만 이 Macro로를 이용하면 50개의 메모리 Fade Time을 5초에서 0초로 또는 그 어떤 시간으로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이건 아주 단순한 예를 든 것뿐이고 이 Macro를 이용하면 정말 다양한 이펙트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복잡한 작업들도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이런 Macro조차도 따로 추출해서 편집해 또다른 Macro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메모리가 많으면 이 Macro 만드는게 좀 짜증 많이 난다...) 암튼 정말 편리한 기능이다.

- Key Frame Shape로 다양하고 고급진 이펙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전 Pearl 시리즈에도 Shape Generator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효과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Key Frame Shape를 이용해서 다양하고 고급진 효과를 쉽게 만들 수 있다. Avolites사의 콘솔은 Dimmer가 HTP라 Dimmer Chase 만드는게 좀 까탈스럽다. 그런데 이 Key Frame Shape를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때는 key frame shape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나보다.


- 조명 퀄러티를 높여주는 Cuelist 작성이 매우 간편해 졌다. 공공일 조명 콘솔을 Titan One으로 바꾼뒤 처음엔 버스킹용만으로만 사용했는데 두달 뒤부터 대관팀 노래 전곡을 cuelist로 미리 프로그래밍하기 시작했다. 조작이 간편해졌지만 아직도 조명타이밍에 만족스럽지 못해서 Cuelist에 노래 한곡 전체를 미리 프로그래밍한 뒤 공연때는 "Go"버튼만 누르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조명프로그래밍한다고 맨날 밤새며 고생했지만 이때부터 공공일 조명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Pearl Tiger에서도 이 cuelist 작성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엄청 오래걸리고 복잡하며 결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cuelist가 얼마 안되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솔직히 Titan One에서도 노래 한곡을 프로그래밍하려면 적어도 2-3시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Pearl Tiger로는 무리다... 참고로 내가 조명 프로그래밍 하는 방식은 대관팀들의 곡리스트(25-30곡)를 유튜브에서 다운받아 계속해서 들으면서 공책에 곡의 조명 시나리오를 적고 그 조명 시나리오를 보고 Cuelist에 프로그래밍 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조명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까지 다양하지만 정작 그 시나리오를 실제 프로그래밍하는건 한 10~20분 정도로 금방이다. 이 Cuelist에는 버스킹할때보다 훨씬 더 멋지고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해주는 기능들이 엄청많다.

 

장점만 있는게 아니라 단점도 있다.

 

- Pearl Tiger 사용자가 Titan One을 사용했을때 가장 불편한 점은 실제 물리적인 Fader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Pearl Tiger같은 콘솔에서는 양손으로 빠르게 10개의 페이더를 움직이면서 조명 컨트롤을 할 수 있는데 Titan One에서는 마우스만으로 페이더를 움직이면서 타이밍 맞춘다는게 쉽지 않다. Titan One은 다행히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하지만 멀티터치를 지원하지 않아서 여러개의 페이더를 한번에 움직일 수 없어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Macro를 잘 이용하면 페이더를 이용하지 않고도 버스킹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Titan을 알면 알수록 고급기능을 익히면 익힐수록 물리적인 Fader의 필요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Fader에 메모리나 체이서등을 저장해서 단순한 Playback처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Fader에 그룹마스터나 Speed마스터를 저장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효과를 넣은 Cuelist를 저장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Fader를 쓸려면 최소한 Titan Mobile을 사야하는데 Fader 쓴다고 누가 5~600만원짜리를 살려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중국산 Tiger Touch 카피콘솔을 2~300만원주고 구매하기도 그렇고...


- Titan One으로 사용가능한 DMX 채널은 512개이다. 뭐 왠만한 중소규모 클럽은 거의 커버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Pearl Tiger의 2048채널 DMX 4포트보다는 훨씬 적다. LED 무빙 8대, LED Par 8대인 공공일은 512채널만으로 충분하고 홍대 다른 공연장들도 대형 공연장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공연장들이 512채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512이상 채널을 쓸 경우에는 Titan One 상위 버전의 콘솔을 사용해야한다.

 

- Titan One을 사용하면 Avolites사의 상위제품과는 달리 외부 Midi입력출력이 막혀 외부 Midi기기와 통신을 할 수 없다. 많은 외국의 가난한 조명엔지니어들이 Midi 기기를 이용해 값비싼 콘솔의 Fader기능을 대신해서 사용하는데 이 기능이 막힌것이다. 내가보기엔 Titan One과 Titan Mobile의 가장 큰차이점은 물리적인 Fader의 유무도 보다 Midi 입출력유무이 더 큰거 같다. 아... 가난한 자의 비애여... Titan One은 합법적으로 물리적인 Fader의 사용가능성은 0%이다. 버튼 키의 경우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키보드로 몇몇은 가능하다는게 위로 아닌 위로지만 그나마 단축키도 약간 불편하게 설정해 놓아서 Avolites사의 속셈이 보인다. 불편하면 Titan Mobile 이상의 콘솔을 구매하라는 소리다. 그리고 Titan One을 설치할때면 약관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키보드를 제외한 외부기기를 사용하여 Titan One을 사용하는것은 사용계약 위반이라고. Titan One은 그저 맛보기일뿐... 가난한 자를 위해 OsiMidi라고 스페인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걸 이용하면 미디기기를 Titan One에 붙여 사용가능하다. 아직 불법소프트웨어까지 돈주고 사기는 좀 그래서 직접비슷한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봤는데 집에 있는 AKAI APC Mini 버튼까지는 작동하는데 Fader는 작동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Fader 관련해서는 넥슨다니는 후보분이 해결해준다고 했는데 연애하느라 바뻐서 함흥차사고... ㅠㅠ
지금은 midimonster를 이용해 미디컨트롤러 2대와 매크로 키보드를 붙여서 사용중이다. 물론 터치모니터와 함께. https://kimwida.github.io/

 

아무튼 Titan One 사용 후부터 공공일 조명이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 정확한 타이밍 넣는것도 좋아졌고 메모리나 Chase, strobe 패턴도 정말 많아져서 다양한 노래에 맞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공공일 조명은 LED 무빙하고 LED Par 2가지 종류밖에 없어서 좀 아쉬움이 있다. 줌이나 Gobo, 프리즘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비싼 빔이 있었으면 더 멋진 조명을 만들 수 있을거 같은데... 아~ 가난한 자의 비애여... 있는 자원으로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 낼려니 여간 빡센게 아니다. Titan One을 처음 익힐때는 이런 저런 기능만 익히면 충분할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요며칠전에 구입한 MA onPC 2Port Node 1K가 도착해서 조만간에 조명 콘솔 프로그램이 Titan에서 Grand MA로 바뀔거 같은데 그래도 아직 Titan One으로 해볼게 많이 남아있다. 일단은 Mad Mapper(또는 Resolume Arena)를 이용해서 3D Mapping을 해서 Titan One으로 컨트롤을 해보고 싶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DMX엔코더를 이용해서 LED strip도 컨트롤해보고 싶다. Titan에 있는 Pixel mapper 기능도 사용해보고 싶은데 Pixel Mapper를 이용할 만한 장비도 없고 구입할거 같지도 않아서 언제 가능할지모르겠다. 조명기를 바꾸어도 기존 조명메모리에 적용시키기, Timecode 프로그래밍하기, 2개의 Titan One으로 한대는 Back Up 콘솔로 돌리기 확인할게 많다.

이 당시 조명 콘솔에 관심이 많아 Titan도 제대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찌 MA2를 알게 되어 onPC Node를 덜컥 구입했다. 그리고 어디서 줏어들었는지 미디어서버에도 관심이 많았던거 같다. 

 

나중에 MA onPC 2Port Node 1K를 이용해서 나만의 커스텀 GrandMA2 System이 완성되면 MA2에 대해서도 좀 써봐야겠다. 일단 2Port Node 도착하자 마자 바로 MA3D 연결해봤는데 3D시뮬레이션이 Titan에 비해 너무 좋아서 놀랬고 런치패드mk2랑 집에 남는 중국산 DMX 콘솔이랑 연결해봤는데 버튼이랑 페이더 작동이 MA2에서 너무 잘되서 두번 놀랬다. 이런 연결 및 작동이 하루만에 너무 쉽게되서 세번놀라고 Grand MA가 이렇게 시스템을 오픈한것 자체도 완전 깜놀이다... 런치패드는 MA2의 키를 대신하고 중국산 DMX 콘솔은 MA2의 페이더를 대신해서 쓸 수 있다. 즉 몇천만원짜리 Grand MA2 시스템을 2~3백만원으로 구축할 수 있는것이다. (사실 케이블 TV 셋톱박스처럼 생긴 저 2Port Node만 200만원이 넘는다... ㅠㅠ) 외국의 가난한 조명 디자이너들이 이런식으로 많이들 쓰고 있다. 물론 이런 커스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비용도 Titan One에 비하면 엄청비싸기는하지만 조명콘솔계의 TOP인 Grand MA2 시스템을 이런가격에 갖을 수 있다건 확실 놀랄만하긴하다.

Titan One 후기에 왜 MA2 이야기를 추가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Titan One에 midi기기가 지원되지 않았던게 너무 아쉬워서 그랬나??